본문 바로가기
- 과학이야기 -

굴 껍데기의 혁신적 변신 환경 친화적 사업

by KOREAN BANK CLERK 2024. 1. 8.

 

한국의 굴 생산은 세계 2위를 자랑하지만, 이로 인한 굴 껍데기 처리 문제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버려진 굴 껍데기를 활용하여 고순도 식품 첨가물용 칼슘 제품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이 기술은 환경 오염을 줄이고, 동시에 유용한 물질을 얻는 에너지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충남 태안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겨울 별미이자 뛰어난 강장식품으로 손꼽히는 굴 수확이 본격 시작됐다. 사진은 태안군 이원면 어민들이 이원방조제 인근에서 굴을 채취하는 모습.

 

굴 생산의 어두운 이면: 굴 껍데기 처리 문제

한국은 세계 2위의 굴 생산 대국으로, 연간 약 30만 톤의 굴을 생산해 3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합니다. 특히 경남 지역은 국내 굴 생산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굴 양식의 성공 뒤에는 큰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굴 껍데기의 처리 문제입니다.

 

굴 양식장 주변의 어촌 사람들은 굴 껍데기로 인한 악취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굴은 현지에서 껍데기를 제거한 후 유통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조개껍데기 36만 톤 중 약 80%인 29만 톤이 굴 껍데기입니다.

지난해까지 연간 18만 톤의 굴 껍데기가 해상에 버려지거나 땅에 묻히는 방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나머지 11만 톤은 발전소와 제철소에서 석회석 대체재로 사용되었습니다.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남아있는 염분 때문에 농민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또한, 굴 껍데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물질(VOC)은 기후위기 시대의 또 다른 공해 문제를 야기합니다.

 

결론적으로, 굴 껍데기 처리는 한국 사회가 풀지 못한 중대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박정규 대표가 이끄는 PMI 바이오텍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 창업 기업이다. 박 대표가 경남 거제 본사에서 굴껍데기를 이용한 칼슘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폐기물에서 부가가치 창출: 굴 껍데기의 혁신적 변신

거제도의 딥테크 스타트업 PMI 바이오텍은 굴 껍데기를 고순도 탄산칼슘과 구연산칼슘 등의 제품으로 변환하는 혁신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굴 껍데기 가루를 묽은 염산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칼슘을 추출하는 이 과정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구연산칼슘은 톤당 거의 1000만원에 판매됩니다.

 

이러한 방법은 기존 석회석을 고온으로 열처리하는 방식에 비해 환경적으로도 효율적입니다. 탄산칼슘 시장은 국내에서만 약 780억원 규모로, 고순도 탄산칼슘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PMI 바이오텍은 창업 3년 만에 58억원의 투자금을 모으고 연간 300톤 생산 규모의 시설을 갖추었습니다.

 

이 회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고 있으며, 미국에 이미 25만 달러어치의 고순도 탄산칼슘을 수출했습니다. 올해는 이탈리아 등 6개국과 최종 단가 협상을 앞두고 있으며, 연말까지 24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됩니다. 이 사례는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뛰어난 사례로 평가됩니다.

 

 

 

박정규 PMI 바이오텍 대표가 경남 거제 본사 공장에서 굴껍데기를 이용한 칼슘제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 현안 해결을 연구주제로


Q : 어쩌다 굴 껍데기를 자원화하는 연구를 하게 됐나.

A :  원래는 나노소재 연구를 주로 해왔다. 하지만 2018년 초로 기억한다. 우연히 남해안 어촌의 굴 껍데기 처리가 심각하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 그래도 창업은 또 다른 이야기인데.

A :  오기가 좀 발동했던 것 같다. 굴 껍데기 자원화라는 사회 현안 해결을 주제로 국가 연구·개발( R&D ) 과제를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당시 굴 껍데기를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발전소나 제철소 공정에 사용하는 연구가 채택됐다. 매년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는 굴 껍데기를 처리하기엔 내 기술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과제 선정이 안 됐으니, 일과 시간 이후 별도의 시간을 내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고 내가 내 기술로 회사를 세워 내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현재 휴직 상태이긴 하지만 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신분이기도 하다. 화학연구원은 창업자에게 3년까지 급여를 지급하고, 이후 3년까지 무급 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연구자가 원할 경우 창업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공공 분야에서 수행하는 연구가 실험실 수준에서만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PMI 바이오텍은 출연연의 기술 이전과 창업을 통해 사회 발전에 직접 기여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산업용 칼슘으로 제품군 넓힐 계획


PMI 바이오텍은 현재로선 고순도 식품첨가물용 칼슘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조만간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산업용 칼슘까지 제품군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칼슘제품은 자동차용 플라스틱 충진재로도 쓸 수 있다. 플라스틱 제품의 단가도 낮추고 강도도 더 높일 수 있다. 

 

최근 국내 한 자동차 메이커의 기술 심사도 통과했다. 박 대표는 “산업용 물꼬가 터지면 식품 첨가물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굴 껍데기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며 “최종적으로는 연간 10만t까지 산업용 칼슘분말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한 해 국내에 쏟아져 나오는 굴 껍데기의 3분의 2 이상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판건 미래기술지주 대표는 “ PMI 바이오텍은 한국화학연구원과 대학의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스타트업” 이라며 “기존에 쓰지 않던 용액공정을 통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사용하면서 동시에 환경오염까지 획기적으로 줄이고 유용한 물질을 얻을 수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