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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1만년 지속되며 전력 불필요: '영화 1750편 저장 가능한' 유리조각

by KOREAN BANK CLERK 2024. 1. 23.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가 개발한 '프로젝트 실리카' [이미지출처=  MS  ]

 

한번 저장하면 평생 보관된다…영화 1750편 들어가는 유리조각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정예 연구팀이 개발한 이색적인 기술에 대한 논문이 지난해 10월에 공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석영 유리(Quartz glass)를 사용하여 컴퓨터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을 다룹니다. 석영 유리는 고순도의 유리로, 불순물이 없습니다. 이 기술은 마치 유리로 만든 하드 디스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연구는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라고 불립니다. 연구원이 든 직사각형의 유리 구조물에는 무려 7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으며, 이는 4기가바이트(GB)짜리 영화 약 1750편에 해당하는 용량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데이터 저장(스토리지) 업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빛으로 유리 조각 내부에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새겨 기록하는 것. [이미지출처=  MS   유튜브]

 

MS  최정예 연구팀이 개발한 '유리 하드디스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피스, 윈도 운영체제(OS), 애저(Azure) 클라우드 등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지만, 선진 과학 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십수 년 전부터 MS는 'MS 리서치 그룹'이라는 미래 기술 연구 부서를 설립하여 매년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MS 리서치는 약 650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정예 연구 집단입니다. 이 중 약 210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근의 연구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진행한 주목할만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유리 기반 데이터 저장 체계인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입니다.

 

프로젝트 실리카는 빛을 이용해 유리 조각 내부에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새겨 기록하는 기술입니다. 이 시스템은 반도체 기반의 데이터 저장 체계와 달리, 펨토초 레이저를 사용하여 실리카 유리 안에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레이저가 맞닿은 부분은 성질이 변하며, 이를 복셀(Voxel)이라는 입체적인 격자형 패턴으로 기록합니다. 이러한 복셀 패턴은 데이터를 표현하며, 한 실리카 유리 조각 안에 최대 7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저장된 데이터를 다시 읽을 때는 현미경을 사용합니다. 컴퓨터에 연결된 현미경이 초미세한 복셀 패턴을 읽어 들여 데이터로 디코딩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실리카는 기존의 하드디스크(HDD)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전기 안 먹고 수명은 1만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SSD  )가 주력인 가정용   PC  와는 달리 데이터센터에선 여전히 하드드라이브를 사용한다. [이미지출처=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복잡한 데이터 저장 체계인 프로젝트 실리카를 개발한 이유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용 PC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주로 사용되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서는 여전히 HDD가 주력으로 쓰입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의 주요 고객으로는 MS의 애저(Azure),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있습니다.

 

HDD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HDD는 사용한 지 3~5년이 지나면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며, 최악의 경우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HDD가 손상되어 데이터를 잃거나 새로 구매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HDD의 수명 한계는 현재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할 때, 데이터가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데이터센터 운영진은 HDD가 손상되기 전에 데이터를 백업하고 새로운 장치로 옮기는 작업에 지속적으로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센터들은 HDD보다 느리지만 더 견고한 테이프 기반 저장 체계를 병행하여 사용합니다.

 

 

실리카로 이뤄진 데이터 스토리지 센터. 선반에 진열된 모든 유리 조각이 각각 8테라바이트(  TB   )의 용량을 저장했다. [이미지출처=  MS   ]

 

실리카 유리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체계는 대단히 오랜 수명을 가집니다. 특히, 실리카 유리 한 조각의 추정 수명은 약 1만년에 달하며, 이는 데이터를 한 번 저장하면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다른 반도체 기반 컴퓨터 칩과는 달리, 실리카 프로젝트는 전력을 전혀 소모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에 공개한 실리카 저장 체계를 살펴보면, 데이터를 읽기 위해 사용되는 '피커(Picker)' 로봇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부분도 전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운영 부담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환경에도 이로운 효과를 가져옵니다.

 

데이터센터 메모리 업계 지각변동 일으킬 잠재력

현재 실리카 프로젝트는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주된 문제점은 빛으로 새겨진 복셀 패턴을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리서치의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실리카의 데이터 읽기 속도를 30mbp/s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는 아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평균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입니다.

 

MS는 향후 3~5년 이내에 실리카 스토리지 시스템을 자사의 애저 서비스에 포함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카의 데이터 쓰기 및 읽기 속도가 상용 HDD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컴퓨터 메모리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의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저렴한 하드디스크는 모든 IT 기업의 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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