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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은평성모병원 "생체실험 없이 대규모 당뇨 연구 가능"…모사 칩 개발

by KOREAN BANK CLERK 2023. 4. 4.

단일 칩에 췌장·간·지방·혈관·망막 장기 재현해 구성
3D 바이오 프린팅 활용… 실명 등 합병증 연구 가속화 기대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 제작 과정/은평성모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생체실험 없이도 대규모 당뇨병 연구가 가능한 연구용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칩은 실제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여러 특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향후 당뇨병과 합병증 극복을 위한 연구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재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조동우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3차원(3D) 바이오 프린팅으로 제작한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했다고 3일 밝혔다.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은 제2형 당뇨병 발생에 있어 중요한 장기들인 췌장, 간, 지방 조직, 혈관들을 배열했다. 칩은 고분자 화합물 프레임에 △인슐린 분비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췌장 베타세포 △지방 조직 구현을 위한 지방세포와 대식세포 △간을 조성하는 간세포를 담아냈다.

이런 세포를 정교하게 프린팅한 후,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장기 세포층에 혈관내피세포 및 생체적합 플라스틱 소재를 추가하고, 관류(혈액의 흐름) 가능한 형태로 제작한다. 병적 특성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임상에서 쓰이는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칩을 이용해 지방 조직과 제2형 당뇨병간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피하지방보다는 내장지방이 당뇨병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의 합병증이자 실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당뇨병성 망막병증 연구용 칩도 개발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 칩/은평성모병원 제공



당뇨병성 망막병증 모사칩은 망막색소상피세포 등으로 구성한 망막 모사체를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당뇨병성 망막병증에서 나타나는 망막의 변화를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환자의 내장지방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중증도를 심화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안구의 방수에서 유래한 지방 분비물을 이용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관계 규명을 시도한 이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감소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제2형 당뇨병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우리나라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당뇨병 합병증으로 매년 유병률이 30% 가까이 증가할 만큼 급격히 환자가 늘고 있다.

원 교수는 "만성질환인 제2형 당뇨병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만 질환을 이해하기 위한 조직별 미세 환경을 재구성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비롯한 합병증 연구 및 약제 개발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연구 결과는 첨단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 IF =19.924)와 분자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 IF =6.208) 최신호에 게재됐다.

원재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왼쪽),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은평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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