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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식물도 괴로울 때 비명을 지른다

by KOREAN BANK CLERK 2023. 3. 31.

식물도 인간처럼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날 때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Tel Aviv University) 연구팀이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 주위에 마이크 장치로 식물의 줄기에서 발생한 아주 작은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의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은 공기 중에 소리를 낸다(Plants emit informative airborne sounds under stress)’라는 제목으로 2019년 12월 2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식물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이나 동물들처럼 식물도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미모사의 경우 2014년 실험에서 일종의 학습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미주리대학 본드 생명과학센터 연구진은 식물이 자신의 잎을 갉아먹는 곤충을 진동과 소리로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2019년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국립대만대학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구마 품종 중에는 특정 냄새 물질을 방출해 적의 습격을 주위의 고구마들에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는 식물 자체에 장착된 녹음 장치로 소리를 감지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식물이 내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주위에 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작물인 토마토와 담배를 온실과 방음실에 각각 3쌍씩 배치하고 약 10cm 떨어진 위치에 마이크를 설치했다. 그런 다음 각각 가뭄 상태로 물 부족 스트레스를 줬다. 또 줄기에 칼로 상처를 내 물리적 스트레스를 줬다. 또 하나는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은 상태도 유지 시켰다. 이후 식물의 소리가 공기를 타고 나오는지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를 준 작물은 각각 20~100kHz의 초음파를 발생했다. 이 소리는 모두 10cm 정도 떨어진 마이크를 통해 소리가 녹음됐다.

이 정도 소리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동물 중에는 수 미터(m) 떨어진 곳에서도 식물이 내는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식물의 종류와 스트레스의 종류에 따라 소리를 내는 빈도 차이가 났다. 예를 들어 가뭄 상태에 놓인 토마토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35회, 상처를 낸 토마토는 시간당 25회 정도 소리를 냈다.

담배는 가뭄 상태에 놓인 경우 시간당 11회, 상처를 낸 경우는 시간당 15회로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같지만 식물의 종류가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대조군인 스트레스가 없는 작물은 각각 시간당 1회 이하의 빈도 밖에 소리를 내지 않았다.

특히 연구팀은 각각 작물이 울리는 소리가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다른 주파수인 것에 착안해 식물이 내는 소리만으로 식물의 종류와 스트레스 종류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머신 러닝(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훈련, 식물의 소리 분류를 시도했다. 결과는 ‘가뭄 상태’와 ‘상처 상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 3가지 상황을 소리로 판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농가가 자신의 밭에 설치한 장비로 식물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질병에 노출된 상태나 토양의 염분 농도가 높은 상태, 온도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 등 스트레스 조건에 반응해 소리를 내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토마토와 담배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식물에서 비슷한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은 “식물이 내는 소리는 다른 동물에 의해 감지될 수 있기 때문에, 나방 등 곤충이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고 알을 낳을 식물을 선별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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