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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뇌에 빔 프로젝터 쏴 만든 뇌 연결지도..."뇌 구조·기능 심층연구 가능"

by KOREAN BANK CLERK 2023. 3. 31.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서울대 공동연구팀.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빔 프로젝터로 쥐의 뇌에 빛을 쏴 대뇌 피질 활동을 조절하면서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fMRI)으로 뇌 전체 영역을 스캔해 뇌 연결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뇌 질환 및 약물 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의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성기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명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뉴런’에 게재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이 빔 프로젝터로 빛을 쏜 것은 광유전학을 활용한 것이다. 광유전학은 ‘빛’과 ‘유전학’을 결합한 말로 유전학적 기법을 활용해 특정 세포에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단백질을 발현시키고 빛을 이용해 세포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특정 영역의 뇌 세포 활동을 조절해 단일 뇌 영역과 전체 뇌 회로 및 행동 간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fMRI는 뇌 전체 활성을 스캔해 광유전학적으로 유발된 특정 뇌 영역 활동에 의한 뇌 전체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광유전학 fMRI는 뇌 목표 영역에 광섬유를 삽입한 뒤 빛을 전달해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뇌에 예기치 않은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하나의 실험 개체에 많은 광섬유를 삽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수많은 뇌 영역을 연구하려면 필연적으로 많은 수의 실험동물이 필요한 데다 뇌 영역 간 연결성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 개체 간 차이를 통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광섬유를 삽입하는 방법 대신 마우스의 대뇌 피질에 직접 빛을 쏘는 방법을 고안했다. 마우스의 두개골 때문에 빛이 침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개골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대신 치과수술용 드릴을 이용해 얇게 갈아내고 약품을 처리해 뇌가 비쳐 보이도록 했다. 이후 고출력 광유전학 자극 레이저를 장착한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대뇌 피질 전반에 직접 빛을 쏴 효과적으로 광유전학 자극이 가능하도록 했다.

빔 프로젝터를 통한 광 자극은 기존의 단순한 점 형태가 아니라 뇌 표면에 영화를 상영하듯 빛을 쏘는 방식이다. 원하는 뇌 영역에 원하는 패턴을 자유자재로 생성할 수 있다. 한 번의 실험으로 하나의 고정된 영역이 아닌 여러 영역에 자유롭게 광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하나의 마우스 실험개체에서 다양한 뇌 영역들을 순차적으로 자극했다. 이후 fMRI로 전체 뇌를 스캔해 얻은 뇌 활성반응에 대한 대량의 데이터로 뇌 영역 간 상호작용의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자극을 사용한 fMRI 스캔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동물 연구에 널리 쓰이는 마취제인 이소플루레인과 케타민-자일라진으로 마우스를 각각 마취시킨 뒤 마우스 뇌의 연결성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소플루레인이 특정 대뇌 피질 영역과 중뇌 영역 간 연결성을 선택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김 단장은 “이 기술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뇌의 기능 회로를 지도로 만들어 뇌 상태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뇌 구조와 기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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