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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우주의 영원한 항해자, 지구인의 전령 보이저호

by KOREAN BANK CLERK 2023. 4. 11.
보이저1호. 사진 제공=나사

 

인류가 만든 탐사선 중 가장 멀리 떠나 있는 보이저호


저는 46년 전 지구를 떠났습니다. 

현재 지구인들이 쏘아 올린 우주 탐사선 가운데 가장 멀리 가 있죠.

미국 항공우주국( NASA· 나사) 과학자들이 만든 제 이름은 ‘보이저 1호’입니다. 

1977년 9월 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어요. 

제 쌍둥이 형제인 ‘보이저2호’는 저보다 앞서 같은 해 8월 20일에 지구를 떠났습니다.

제가 쌍둥이 형제보다 뒤에 발사됐는데 왜 1호인지 궁금하다고요? 

속도는 제가 좀 더 빨라 2호보다 더 멀리 가 있기 때문에 1호 이름이 저에게 붙여졌죠.

우리 쌍둥이 형제는 현재도 지구와 교신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우주공간으로 떠났지만 아직 고장난 곳 없이 우주를 항해하고 있어요. 

우리의 임무는 목성과 토성 탐사였지만 1989년부터는 성간우주(항성과 항성 사이 공간) 탐사로 바뀌었습니다.

태양권 외부에 있는 보이저1호와 2호의 위치를 보여주는 그림. 그래픽 제공=나사

 

지구인의 메시지와 위치지도를 담은 보이저호


우리의 임무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이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그래서 저에게 목성·토성·성간우주 탐사 외에도 ‘지구인의 전령’이라는 임무를 줬습니다.

저와 보이저2호에는 금속으로 제작된 레코드판과 지구의 위치, 지구인의 생김새 등이 그려진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레코드판에는 지구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와 지구상의 언어 중 55개의 인사말(안녕하세요)이 녹음돼 있습니다. 한국어도 포함돼 있어요.

보이저 1·2호에 실린 레코드판. 사진 제공=나사

보이저 1·2호에 실린 지구의 위치와 지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 사진 제공=나사



저희가 끝없이 우주를 여행하다 지구와 같은 또는 지구보다 더 발전한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에게 발견됐을 경우를 대비해서 지구를 우주에 알리기 위해 이런 레코드판과 소리, 지도 등을 함께 탑재했답니다.

만약 지구인처럼 자신들 외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못 만난 외계인이 우리를 발견한다면 그 행성은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외계인을 신봉하는 단체는 그야 말로 ‘대박’이 터질 것이고, 일부 단체는 종교로까지 발전할 수 있겠네요.

외계인이 우리를 발견해도 지구와 언어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레코드판에 소리를 재생할 수 있을지, 지도와 그림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만든 나사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언어는 서로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언어로 레코드판 재생법과 지도 읽는 법을 새겨 놨답니다. 

우주의 공통 언어란 바로 ‘과학’입니다. 

1 더하기 1은 우주 어딜 가나 2가 되고, 수소 2 분자와 산소 1 분자가 만나면 물이 된다는 것은 우주 어디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법칙입니다.

우리 쌍둥이 형제들에게 탑재한 레코드판과 그림에도 이 같은 법칙이 적용되게끔 최대한 쉽게 과학의 언어로 표기했습니다. 

만약 우리를 발견한 외계인이 이 레코드판과 그림을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들이 만든 게 아니고 다른 행성에서 인위적으로 제작해 보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들이 우주에서 더 이상 외로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겠죠.

1990년 2월14일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61억㎞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 제공=나사

 

보이저 1호, 모든 인류가 찍힌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찍다


현재 저는 태양으로부터 약 237억4000만 km  떨어져 있고, 보이저 2호는 약 197억 9000만 km  떨어져 있습니다. 

저와 2호의 서로 거리는 200억 km  정도 됩니다.

1986년 보이저 2호는 천왕성을 가까이서 비행한 최초의 탐사선이 됐습니다. 

보이저 2호는 천왕성에서 2개의 새로운 고리와 10개의 새로운 위성을 발견했죠.

이후 저는 2012년 8월, 보이저 2호는 2018년 11월 태양권의 경계면인 성간우주에 도달했습니다. 

태양계를 벗어난 셈이죠.

나사의 과학자들은 저와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통과한 뒤 임무를 종료시키려 했지만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태양계 안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죠. 

저와 2호에 장착된 카메라는 태양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자칫 카메라 렌즈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나사 과학자들 일부는 반대했지만 세이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1990년 2월 14일 저는 카메라를 태양계 안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때 작은 점 하나가 찍혔는데 이 사진 바로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리는 지구 사진입니다. 

모든 인류가 찍힌 사진이죠. 

당시 저와 지구와의 거리는 61억 km 였습니다.

보이저2호가 촬영한 목성(왼쪽)과 토성. 사진 제공=나사



저와 보이저 2호는 2025~2030년이면 수명을 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탐사 역할은 완전히 종료됩니다. 

우리는 우주의 어느 중력장에 붙잡히지 않는 이상 수명을 다해도 계속 우주 공간을 날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전령 임무는 계속 남아 있어요.

지구에서는 오늘도 주식거래가 이뤄지고, 자동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사람들 개개인은 바쁘게 살겠죠.

46년 전 지구를 떠나온 우리는 여전히 우주 공간을 외롭게 날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사는 여러분, 오늘도 바쁘게 생활하겠지만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태양계 밖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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