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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지구 4번째 행성인 화성의 황무지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말없이 전기 자동차 운전에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와트니는 차에서 내려 태양광 전지판을 차 곁에 세워 놓는다.
전기 자동차를 4시간 운전한 뒤 태양광 전지판을 13시간 충전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충전된 자동차를 다시 몰면서 와트니는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와트니가 결국 도착한 곳은 지구로 돌아갈 우주선이 서 있는 발사대였다.
화성 탐사 도중, 모래 폭풍에 휘말려 동료들과 떨어져 홀로 조난된 와트니가 마침내 귀환을 앞둔 것이다.
그는 화성에 1년 반 동안 고립돼 있었다.
이 장면은 미국 영화 <마션>의 후반부다.
<마션>에서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화성 기지에서 우주선 발사대까지 자신을 데려다준 태양광 전기 자동차 덕분이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현시대 인류의 상상력 안에 있는 태양광 발전이 자동차의 동력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햇빛을 좀 더 참신한 방법으로 활용하려는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햇빛을 흙 속에 묻힌 달 기지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뒤 전력을 만드는 것은 물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농작물까지 키우려는 시도다.
자체적인 식량 조달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식물을 활용해 산소도 생산할 수 있다.
햇빛을 기지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 부품은 대형 거울이다.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흙 속의 기지 안으로 유도한다.
이 기술이 미국과 한국, 영국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 등 각국의 달 기지 건설 노력에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뻥 뚫린 천장에 웬 거울이
최근 오스트리아 기업 ‘뉴모셀’의 연구진은 자신들이 내놓은 달 기지 프로젝트가 유럽우주국( ESA )의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모 플래닛’이라는 이름이 붙은 달 기지의 모습은 독특하다.
가방에 넣어놨다가 바닷가에 도착하면 공기를 빵빵하게 채워 온전한 형태를 만드는 수영용 튜브를 닮았다.
다만 형태는 도넛 같은 원형이 아니라 기다란 직선형이다.
이런 팽창식 튜브는 딱딱한 기둥이나 벽보다 쉽고 빠르게 기지의 형상을 갖출 수 있다.
이 회사가 만든 튜브 여러 개를 직각으로 연결하면 금세 기지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기지를 다 만들고 나면 ‘레골리스’라고 부르는, 달 표면의 흙을 4~5m 두께로 덮는다.
흙을 덮으면 300도 넘게 벌어지는 월면의 낮과 밤 온도차를 이겨낼 수 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작은 운석과 방사선을 막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기지가 진짜 주목되는 건 그 다음이다. 기지 천장이 뚫려 있다.
그리고 구멍 위에는 비스듬히 드러누운 대형 거울이 설치될 예정이다.
짧은 쪽은 9m, 긴 쪽은 13m에 이르는 타원형이다.
거울이 왜 필요할까. 인류는 얼음 상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의 극지방에 기지를 세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여기에는 햇빛이 지면과 거의 평행하게 날아든다.
달이 둥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극지방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연구진은 45도 각도로 드러누운 거울을 기지 위에 얹어 햇빛이 기지 안을 향해 수직으로 쏟아지도록 했다.
물속에서 수면의 함정을 살피는 잠수함의 잠망경과 비슷한 구조다.
거울 방향만 조절하면 기지 안에 24시간 햇빛을 공급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지에 최대 32명이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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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받아 식량·산소 생산
연구진은 기지 안으로 들이치는 햇빛이 제곱미터당 265W(와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 에너지면 농사를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지구의 식물은 광합성을 해야 크는데, 기지 위에 얹은 거울이 흙 속 기지 안에서 자라는 작물에게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공급한다.
달 기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면 인류의 달 진출에는 확실한 가속도가 붙는다.
인류가 달에 정착하며 먹을거리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지구에서 로켓으로 공수하는 것 밖에 없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구 상공 수백㎞에 물체를 올리는 데에도 1㎏당 로켓 발사 비용이 1000만 원 이상 필요하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38만㎞까지는 훨씬 많은 돈이 지출된다.
이런 문제를 달 기지 안의 농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지 안에서 식물을 키우게 되면 산소 공급 문제도 함께 해소된다.
복잡한 산소 발생기가 없어도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다.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햇빛을 이용해 전기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 표면보다 달 기지 안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으면 관리하기도 쉽다.
발전 시설이 월면에 노출돼 있으면 시설 보수를 할 때마다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뉴모셀은 공식 자료를 통해 “이 기지는 달에서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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