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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래시 감상평 : 맛대가리 없는 반찬을 다 버리기 전에 한 번 비벼봤더니, 어? 이거 왜 맛있어???

by KOREAN BANK CLERK 2023. 6. 19.

 

DCEU(DC Extended Universe)는 그야말로 폭망의 역사임.

아니 뭐, 흥행면으로 보면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회사를 부도낼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플러스이긴 하지만,

워낙에 기대가 많았던 시리즈들이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한 결과들이 성에 안 차는 거라고 하는 게 정확할 거임.

 

솔직히 MCU가 여러 요인들로 인해 엔드게임까지 달려오는 동안 인류 엔터테인먼트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급자탑을 쌓긴 했지만,

MCU의 성공은 마치 명동에 있는 하동관이 아니라 강남에 있는 하동관이 프랜차이즈를 시작해서 대박을 친 느낌임. 

 

왜? 마블은 애초에 DC 코믹스의 성공을 워너비하여 빠르게 쫓아온 상품들이고, 

영화판을 떠나 캐릭터 자체의 가치를 보면 마블은 여전히 DC를 따라오기가 힘듬.

 

그래서 사람들이 DC 유니버스가 시작된다고 했던 10년 전에 두근두근거렸던 거임.

 

그런데  하나하나 개봉하는 걸 10년간에 지켜본 관객들의 느낌은...

 

 

사실 아예 못 먹을 건 아니었음.

근데 문제는 5성급 호텔 셰프의 맛을 기대하고 코스 요리를 매번 시키는데,  이게 맛이 그냥 동네 식당 맛인 거임.

게다가 건너편 식당에는 MCU라는 메뉴가 같은 값에 또 계속 5성급 메뉴가 나오다가 막타에 아예 미슐랭 파이브스타급 메뉴가 나와 불었음.

 

그래서 결국 DC의 주인인 워너브라더스는 셰프를 갈아치움.

 

 

이 셰프께서는 건너편 집에서 아주 메뉴들을 맛깔나게 만드는 걸로 유명해졌는데,

그 솜씨가 만천하에 알려진 동시에 옛날에 했던 등신 짓도 다 까발라져서 '올바름'을 추구하시는 회사 정책에 의해 실업자가 되신 분으로,

날름 DC가 감사합니다! 라면 주워 먹어 무려 대빵을 만들어버림.

 

그리고 이 셰프가 이직한 식당의 냉장고의 반찬들과 식재료들을 살펴보고서 하시는 말씀은...

 

 

 

이거였음.  냉장고를 싹 비우기로 했음.

 

어 근데...

셰프님,

홀에 음식 하나 나가야 할 게 아직 남았는데요, 다 갖다 버리면....

 

어?

야,

그거,

그냥 냉장고에 남은 반찬 다 모아서 비벼, 그냥 비벼서 대충 서빙해. 어차피 홀에 있는 저 양반들 재방문 없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다 때려 넣고 비비자...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이 영화임.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서글프기도 함.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통의 맛집이 10년에 걸친 리노베이션이 개방으로 끝나고,

결국 다시 리셋하여 시작하기로 이미 결재완료된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메뉴가 고작해야 플래시... 라니.

 

플래시라니,

미국 애들은 모르겠고,

우리나라 한정으로 듣보잡도 이런 듣보잡이 없는데?

뭐 물론 한 때는 공중파에서 미드 수입해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 때고 망이었고...

 

근데,

 

 

아니,

형이 여기서 왜 나와?....

 

그렇다.

이 영화는 냉장고에 남아있던 거 다 때려 넣고 비빈 정봉이 비빔밥이었던 거임.

 

대충 다 나옴.

냉장고에 묵혀둔 30년 넘은 묵은지도 나오시고,

만들었다가 이게 무슨 개쓰레기 같은 김치냐고 대차게 까여서 갖다 버린 김치국물까지 탈탈 털어 넣었음.

 

그러면서 이 양반들이 이거 막판이랍시고 깨알같이 셀프 디스까지 낄낄대면서 양념으로 처넣고 비빔.

자기들이 추진했다가 등신 소리를 들었던 상상의 설정까지 모조리 때려 넣고 비비고,

피터 파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 관객들에게 불편함만 줬던 주인공의 찐따 같은 모습까지 셀프 디스로 때려 넣고 비빔...

 

어차피 씨바 내일 이 냉장고까지 모조리 다 내다 버린다는데 우리가 잃을 게 뭐 있냐? 이런 느낌임.

 

어?

 

야,

 

근데..

 

 

이게 보는 동안 영화 내용과 관계없이 속으로 낄낄대는 포인트였음.

 

야 이거 왜 재밌는 거냐?

 

솔직히 10년간의 삽질의 마지막 대미가 얼마나 지랄 같은지를 목도하는 역사적 의미가 더 큰 관람이었는데,

이 새끼들이 마음을 비우니 재미가 살아나네? ㅋㅋㅋ

 

그래서, 이 영화는 10년에 걸친 DCEU의 삽질이 결국에는 마음의 여유 문제가 아니었나라는 결론을 내게 만들어 줌.

 

인간의 인생이 다 그렇지 뭐.

홈런도 힘을 빼고 쳐야 나온다고 하고,

페널티킥도 고민하지 말고 생각 없이 냅다 차야 성공률이 높다고 하고...

 

근데 그게 잘 안되지... 그런 영화였음. 끗.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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