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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눈덩이지구' 때도 얼음 덮이지 않은 열린 바다 있었다

by KOREAN BANK CLERK 2023. 4. 5.

중국 중부 난투오층 퇴적물 분석…30∼40도 중위도에도 바다 '피난처' 존재

적도 인근을 넘어 중위도까지 바다가 얼어있는 눈덩이지구 [Huyue Song 제공]



지구는 약 7억년 전 행성 전체가 얼음으로 덮이는 극심한 빙하기를 1억 년 가까이 겪었다.

당시 적도 인근에서 형성된 퇴적물과 암석에서 빙하가 작용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 근거가 됐다.

우주에서 바라봤다면 적도마저 얼음으로 덮여 눈 덩어리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를 '눈덩이지구'로도 부른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완전히 얼음으로 덮였었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돼왔는데, 적어도 빙기 말기에는 북위 30∼40도의 중위도 지역까지도 얼음이 녹아 바다가 노출된 곳이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지질대학 지구생물학자 송후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눈덩이지구 후기인 '마리노(Marinoan) 빙기' 때 중위도까지 얼음으로 덮이지 않은 바다가 존재했다는 분석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지구가 극지부터 적도까지 얼음으로 덮인 크라이오제니아(Cryogenia)기는 약 7억 2천만 년 전부터 6억 3천500만 년 전까지 지속했으며 약 6억 5천100만∼6억 3천500만 년까지는 후기로 마리노 빙기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때 형성된 중국 중부 후베이성 선눙지아 국립공원 내 난투로 층의 퇴적물을 분석했다.

난투로 층 내 흑색 셰일(泥板岩)에서는 햇볕이 드는 얕은 바다의 해저에 서식하던 광합성 조류를 닮은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됐다.

이와 함께 철과 같은 원소의 수치를 분석한 결과, 심해에서는 산소가 희박했지만 표층수에서는 생명체 호흡에 따른 질소의 존재가 확인했다.

송 교수는 "대륙이동 전 고(古) 위도 상에서 중위도까지도 얼음이 없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이런 곳이 지금까지는 적도 인근 좁은 지역에 국한돼 있었지만 훨씬 더 넓게 존재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눈덩이지구 시절의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으며, 다세포 진핵생물이 빙기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피난처가 존재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구는 약 45억년 전에 생성된 뒤 10억 년 만에 단세포 생물, 20억 년 뒤에는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으나 다양한 생명체가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크라이오제니아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기가 회복된 약 5억 4천만 년 전 무렵으로 제시돼 있다.

홍조, 녹조 등의 다세포 생물은 크라이오제니아기 이전에 출현해 눈덩이지구 빙기를 견뎌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의 기후와 생명체 진화와 생존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눈덩이지구의 빙기가 먼 옛날 일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는 현재의 지구에 유용한 교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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