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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

뇌가 아닌 장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파킨슨병

by KOREAN BANK CLERK 2023. 10. 6.

"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접힌 특정 단백질 생긴 후 뇌로 옮겨가"

중증환자, 뇌 전체에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 발견

파킨슨병 진단 20년 전에도 위장관에서 비정상 단백질 관찰돼

장과 뇌 사이 연결통로 차단하니 파킨슨병 발병위험 줄어들어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함께 노인들이 흔히 걸리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의 흑색질( Substantia   nigra ) 부위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도파민 생성이 줄어든 결과 근육의 떨림, 경직, 느린 자발적 운동, 균형 유지의 어려움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최근 국내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의 10년 사망률은 50%에 육박한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치료법도 없는 파킨슨병은 인구 고령화로 발병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파킨슨병의 시작이 뇌가 아닌 장일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어 주목된다.


◇200여년 전 보고된 파킨슨병,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


파킨슨병을 처음 보고한 것은 1817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다. 병의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따서 정해졌다. 파킨슨은 6명의 사례를 관찰한 결과, 처음엔 약간의 쇠약감과 손떨림으로 시작한 이들이 상태가 악화되면서 걷기나 식사 같은 간단한 행동도 도움이 필요할 정도가 되고, 수년 후에는 자발적인 근육조절 능력을 모두 상실하고 24시간 내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가 됨을 확인했다. 파킨슨이 관찰 결과를 발표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아직 치료법이 없고 질병의 원인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이하 현지시간)자 기사에서 파킨슨병의 시작이 뇌가 아닌 장이고, 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접힌 단백질이 뇌로 이동한 결과 발병된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미노산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각각의 고유한 접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입체 구조가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의 접힘 상태에 문제가 있으면 질병과 연관될 수 있는데,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뇌질환도 비정상적인 단백질 접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출처: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이상하게 접힌 단백질, 위장관 신경에 쌓인 후 뇌로 이동"


테드  M . 도슨 미 존스홉킨스대 의대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약 10~20%가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외에는 원인이 알려진 게 없다"면서 "유일한 치료법은 증상에 대한 대증 요법으로,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파킨슨병의 원인이 장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파킨슨병이 장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연구자들은 위장관의 신경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이면서 질병이 시작된다고 본다. 정상적인 단백질은 고유의 3차원 형태로 접히지만, 잘못 접힌 단백질은 이런 형태를 이루지 못한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검사해 보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과도하게 많이 발견된다. 이들 단백질은 덩어리로 뭉쳐서 독성을 띠면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방해해 질병을 유발한다.

미 메이요클리닉의 위장질환 전문의인 판카즈 파스리차 박사는 "가설에 따르면, 이 잘못 접힌 단백질이 장 벽의 신경에서 시작해 뇌로 올라가 파킨슨병으로 이어진다"면서 "질병이 장에서 뇌로 진행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조기 예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하니 파킨슨병 발병률도 낮아져



파킨슨이 뇌질환이면서도 위장관과 연관됐을 가능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변비는 파킨슨병의 위험 인자이자 가장 흔한 비운동 증상 중 하나로, 많게는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 IBD ) 환자가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46% 더 높다는 사실도 보고된 바 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질환들은 심지어 같은 유전자 변이와 연관돼 있다. 한 연구그룹에 따르면 장내 염증을 줄이기 위해 약물을 투여한  IBD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률이 7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스리차 박사 연구팀은 지난 8월 변비, 삼킴 곤란, 위 배출 지연, 설사를 동반하지 않는 과민성대장 증후군 등 네 가지 위장질환이 있으면 파킨슨병 진단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Gut )에 발표했다. 2만4624명의 환자 의료 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나빌라 다호드왈라 펜실베이니아대 파킨슨센터장은 변비나 삼킴 곤란같이 위장과 관련된 파킨슨병의 증상은 떨림, 경직, 보행 장애 같은 전형적인 징후가 나타나기 수년 전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는 환자들이 실제로는 진단받기 훨씬 전에 파킨슨병에 걸렸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파킨슨병을 정의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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