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과학이야기 -

골다공증 치료 단서된 '우주서 돌아온 생쥐'

by KOREAN BANK CLERK 2023. 5. 10.

국제우주정거장( ISS )에 다녀온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뼈 손실에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포사이스( Forsyth ) 연구소'의 최고경영자( CEO )이자 미생물학자인 스 원위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우주정거장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한 실험용 쥐들을 관찰해서 얻은 결과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Cell   Reports )'에 발표되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온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뼈손실에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ISS에 보낸 생쥐를 표현한 이미지. photo NASA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장내 미생물과 뼈 복구 사이의 연결 고리

골다공증은 고령화 사회의 숙명과도 같다. 노화로 골밀도가 떨어지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다. 

뼈에 구멍이 생기면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쉽다. 

또 노쇠, 심혈관계 질환 등 치명적인 위험이 커진다. 

골다공증이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100만명, 세계 2억 명이 앓고 있는 이 질환 때문에 3초에 1명꼴로 골절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구 대기권 밖인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는 인간과 설치류 모두 골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몇 달씩 있다가 지구로 귀환하면 골격의 변화와 뼈 손실을 겪어 바로 걷지 못한다. 

키도 7~9㎝ 더 커진다. 

스 원위안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이러한 뼈 손실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극미 중력( microgravity )에 장기간 노출되는 동안 어떻게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와 골밀도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 NASA ) 제5차 쥐 연구( RR-5 )에 참여했다. 

그리고 실험용 쥐 20마리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이에 앞서 연구팀은 신체의 다양한 질환에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에 주목해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중력이 달라지면 뼈 손실에 대처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이 변화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진 20마리의 쥐는 두 그룹으로 나눠 궤도에 머물렀다. 

10마리는 4.5주, 나머지 10마리는 9주간 궤도에서 생활하게 했다. 

또 지구 실험실에서는 극미 중력만 빼고 다른 조건은 우주정거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20마리의 쥐를 사육했다.

그런데 왜 하필 쥐를 우주에 보냈을까. 사람과 쥐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쥐의 유전자는 사람과 80% 이상 똑같고, 나머지도 거의 비슷하다. 

이는 쥐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골다공증 치료제 등 새로운 약을 만들고자 연구할 때도 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중력의 자극을 받지 않는 우주에 가면 척추나 고관절의 골밀도가 매달 1.1~1.5%씩 줄어들어 치료제 효과를 증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시판된 골다공증 치료제 중에는 실제 우주에서 개발이 진행된 제품도 있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나 쥐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변화하고 회복되었는지 분석했다. 

우주정거장으로 보내기 전, 지구 귀환 후, 연구가 종료된 시점의 상태를 측정해 지구의 20마리 쥐와 비교했다. 

우주에서 생활한 설치류가 살아서 지구로 돌아온 건  NASA  역사상 최초다. 

또 9주간 극미 중력에 노출된 쥐들의 혈청 대사물질 변화도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들이 세운 가설처럼 뼈 손실에 대처하기 위해 쥐들의 장내 미생물이 크게 변화했다. 

연구팀이 우주 설치류와 지상 설치류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비교했을 때, 우주 설치류가 더 다양한 종류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락토바실러스'와 '도레아'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우주에 9주 동안 있었던 설치류는 4.5주의 쥐보다 훨씬 더 많았다. 

우주에 오래 머물수록 박테리아가 더 많이 증가했다는 증거다. 

이 박테리아들은 쥐들이 뼈의 성장을 촉진하는 대사물질을 생성하는 데 기여했을 수도 있다는 게 스 원위안 박사의 설명이다.

박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 군집이 변화를 하여 만들어내는 대사물질 중 일부가 뼈 형성에 직접 관여하며 뼈 손실을 수리한다. 

즉 극도로 미세한 중력 상태에서 뼈 손실이 발생하면 신체에서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단 이러한 변화는 지구로 돌아와서는 지속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뼈 손실 복구에 관여하는 장내 미생물의 존재는 골다공증 치료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NASA 가 우주에서 장내 미생물과 골다공증 관련 연구를 한 것은 처음이다.

ISS 에서 연구원들이 생쥐를 가둔 실험용 키트들을 설치하고 있다.  photo   NASA



어떤 미생물이 골밀도 유지시킬까?

뼈 손실과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증가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는 극미 중력 상태에 놓인 설치류의 장내 미생물 시스템이 뼈 손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생물학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스 원위안 박사는 이를 정확하게 검증하려면 더 많은 기계론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주에서 생활한 쥐는 자신의 배설물을 먹어 영양분을 섭취하는 정상적인 설치류 행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은 새끼에게 대략 3개월 동안 어미의 배설물을 먹게 하는 습성(식분증)이 있다. 

개들도 자기 배설물을 먹는 경우가 있다. 

쥐들 또한 이런 습성이 있는데 이번 연구 장소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배설물을 먹지 않게 했다. 

이러한 상황이 장내 미생물 변화를 일으켰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4.5주 후에 우주에서 돌아온 쥐들의 경우 귀환해서 자신들의 배설물을 먹었고 이후 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회복되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미생물의 회복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한다.

뼈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람이 완전히 성장한 후에도 리모델링이라는 과정을 통해 재료가 지속적으로 추가, 제거, 이동된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과 골밀도 사이의 연관성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 지구에서 뼈 리모델링의 추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어떤 미생물이 골밀도 유지를 지원하는지 알아낸다면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더 건강하게 지내도록 도울 수 있고, 또 골다공증 환자와 같이 뼈 손실을 겪는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쥐 말고도 우주에 다녀온 동물이 수십 종, 수백 마리나 된다. 

덕분에 우주환경이 생물에게 주는 영향 등이 새롭게 밝혀진 적도 많다. 

계속 이어지는 스 원위안 박사팀의 연구에서 뼈가 약해지는 정확한 이유와 그 해결책이 밝혀진다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을 관리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