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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거북선 실물이 복원됐다.
그동안 제각각 달랐던 거북선 실제 모습이 18세기에 사용된 거북선 설계도를 토대로 고증한 끝에 처음 복원된 것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기존 거북선보다 길이(상장)는 짧고 폭은 넓은 게 특징이다.
거북선 3층 개판(지붕)은 전체를 씌운 게 아니라 중앙 부분만 덮인 형태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795년에 사용된 '통제영 거북선' 복원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통제영 거북선 구조와 규모, 외형, 함포배치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국내 학술지 '충무공 이순신과 한국해양(제9호, 지난해 12월 발행)'에 실렸다.
채 전 원장은 실물 거북선을 65분의 1로 축소한 모형과, 유클리드소프트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거북선 모습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거북선은 설계도와 문헌자료 등을 찾지 못해 복원자에 따라 모습과 구조가 제각각이었다.
채 전 원장은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이 19세기 초 거북선 건조에 사용된 설계도라는 것을 1793∼1794년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신대현이 순조 9년(1809년) 4월에 기록한 '비변사등록'을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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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변사등록에는 배(거북선)를 개조하거나 새로 건조할 때는 '이충무공전서'에 나오는 도식대로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에는 당시(1795년)의 통제영 거북선과 전락좌수영 거북선 두 종류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채 박사는 이중 규격과 구조가 자세히 설명돼 있는 '통제영 거북선'을 토대로 복원했다.
채 박사에 따르면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상장(갑판)은 길이 26.6m(85척), 폭 10m(32척)의 규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배의 크기는 달라도 거북선 건조 때 이 규격을 적용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그동안 진행된 거북선 관련 대다수 연구가 사신선 규격을 참고로 2, 3층의 갑판 크기를 추정해 연구자마다 규격이 달랐다"며 "거북선의 경우 규격이 상장 길이는 저판(밑바닥) 대비 1.31배, 상장 길이는 폭의 2.65배로 정확한 게 이전 연구와 다른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북선의 규격이 배를 건조할 때 일종의 '표준'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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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3층 개판의 특징도 밝혀졌다.
거북선 지붕은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닌 갑판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지붕을 올린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던 모습과 차이가 있다.
채 박사는 "배의 맨 위에 해당하는 3층 무게가 커지면 운항과 전투 중에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3층 전체에 지붕을 씌울 수 없었다"며 "전투 중 수군이 갑판의 한쪽으로 몰려 배가 침몰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개판은 3층 중앙 부분만 설치하고, 그 속에 함포를 장착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그 근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고문서 '통제영 해유문서(1894년)'에서 확인했다.
이 문서에는 2층과 3층 좌우와 전후에 함포를 배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채 박사는 거북선에 장교 6명, 사부 18명, 화포장 10명, 포수 24명, 격군 120명 등 총 182명이 탑승하고, 수군들이 한 달 동안 사용할 군량미 52석, 찐쌀 6석, 미숫가루 3석 등 총 61석의 군량미를 1층 창고에 실었던 사실도 공개했다.
채 박사는 "조선 후기 거북선의 진짜 모습을 설계도를 기반으로 복원하고, 하나의 정해진 규격에 따라 거북선이 건조됐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복원해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의 차이를 밝히고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해군력을 입증하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채 박사는 지난 2015년 거북선에서 사용했던 포 등 화포 배치를 통해 내부 구조를 복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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