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과학이야기 -

"알츠하이머 치료제, '뇌 수축' 유발"...연구결과에 학계 파장

by KOREAN BANK CLERK 2023. 3. 30.

"알츠하이머 치료제, '뇌 수축' 유발"... 연구결과에 학계 파장

알츠하이머 치매(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 알려진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오히려 뇌 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학계 보고가 나왔다. 앞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뇌가 수축되는 증상이 관찰된 바 있었지만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진 않았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 중 하나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져 이번 학계의 보고에 관심이 모인다.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대 하워드플로레이 연구소 연구팀은 항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뇌 수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전날 국제학술지 ‘신경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치료제가 뇌 수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항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치료제 임상시험 31건의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겨냥한 방식의 치료제를 복용한 참가자들은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보다 더 심한 뇌 수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 FDA )의 승인을 받은 레켐비의 경우 이 약을 18개월 동안 복용한 환자들 뇌의 용적은 위약군에 비해 평균 28%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정도 뇌 용적이 줄어들면서 뇌를 구성하는 물질의 약 5.2ml가 손상됐을 것이라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스콧 에이튼 하워드플로레이 연구소 연구원은 “분석 결과를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처럼 중요한 사실이 의료현장에서 무시된 것은 매우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젠과 레켐비를 공동 개발한 일본 에자이는 치료제가 작용하는 과정에서 뇌 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에자이 측은 “주요 실험에서 레켐비를 복용한 환자들은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보다 더 많은 부피의 뇌 피질이 손실됐지만 이는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제거되고 염증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학계는 뇌 수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론 슈나이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알츠하이머병센터 소장은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에게서 발생한 뇌 수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며 “이러한 현상을 진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조나단 잭슨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원도 “뇌 수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변화는 해로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