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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곤충 피부 모방해 혈전 막는 인공혈관 만들었다

by KOREAN BANK CLERK 2023. 4. 4.

고려대 연구진, 피부 호흡하는 톡토기의 독특한 구조 모방
물과 기름 성분 모두 밀어내 혈전 예방

고려대와 고려대 안암병원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곤충 피부 모방 혈관. 물과 기름을 모두 밀어내는 특성으로, 혈전의 생성을 막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고려대


곤충의 피부 구조를 모방해 혈전을 예방하는 인공 혈관이 개발됐다. 

기존 혈전 예방·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작고 안정성이 높은 방식으로, 의료기기와 의료 소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정재승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공동 연구진이 곤충의 표면 구조를 모방해 혈액을 밀어내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공 혈관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곤충의 한 종인 톡토기는 낙엽이나 썩은 나무 밑, 물, 늪에서 살아간다. 

폐가 아닌 피부로 호흡을 하는 톡토기는 습한 환경에서 호흡을 방해하는 물과 기름 성분을 피부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독특한 피부 구조를 갖는다.

톡토기의 독특한 피부 구조를 모방해 인공 혈관에 적용하면 물과 기름 성분으로 이뤄진 혈액을 관 내부로 밀어내면서 혈전의 생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혈전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어 덩어리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면 두통, 호흡 곤란, 급성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숨지기까지 한다.

곤충의 피부를 모사해 혈전을 막는 방법은 혈액 응고 지연제를 쓰는 기존 방식보다 부작용이 적고, 화학 물질을 이용하는 방식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곤충의 미세 구조를 혈관으로 구현하기 어려워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공동 연구진은 반도체 제작 같은 미세 구조 제작에 활용되는 나노 입자 구조 제작법과 포토리소그래피( photolithography )를 융합해 유연한 고분자 재료로 톡토기의 피부 표면 구조를 모방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중 재진입구조( double   re-entrant   structure ) 형태로 톡토기의 피부 구조를 모방했다. 

이중 재진입구조는 물과 기름 모두를 밀어낼 수 있는 형태로, 표면이 휘어진 경우에서도 특성이 유지돼 혈관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개발한 구조 기반 항응고성 혈액 도관은 미세 구조가 바뀌더라도 물과 기름을 밀어내는 효과가 떨어지지 않았고, 기름과 물의 복합물인 혈액도 잔여물이 남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특징을 보였다. 

동물 실험에서도 도관의 표면에 부착된 혈전은 기존보다 99% 이상, 혈류 속도 감소와 혈전 형성에 관여하는 혈소판 감소도 각각 80%, 60%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개발한 표면의 특성을 이용하여 의료용 패치, 혈관 운송용 튜브, 피막형 스텐트 막처럼 다양한 의료기기와 의료 소재의 표면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태양광 패널, 선박의 표면 같은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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