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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야기 -

개미 번성의 비밀 美 연구진이 밝혀

by KOREAN BANK CLERK 2023. 4. 6.

속씨식물 따라 이동·환경 적응
씨앗에서 지방·단백질 섭취
식물은 개미 통해 씨앗 퍼뜨려

식물 잎사귀 위에서 애벌레를 옮기고 있는 아르헨티나 개미. 개미가 속씨식물을 따라 서식지를 옮기며 전 세계로 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개미가 없는 곳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무나 땅속은 물론 건물 틈에도 개미가 산다. 지금까지 불가사의로 남아 있던 ‘개미 번성의 비밀’에 대해 미국 연구진이 답을 내놨다. 개미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 번식하는 속씨식물을 따라다니며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매슈 넬슨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개미는 1억 4000만 년 전부터 속씨식물과 공생 관계를 맺었고, 식물을 따라 퍼지며 생존해 왔다. 그 결과 개미의 종은 1만 4000개가 넘고 개체 수도 4000조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은 6000만 년에 걸친 개미의 진화 과정을 규명한 결과를 지난달 31일 국제 과학 저널 ‘진화 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개미와 식물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1400여 종의 개미가 사는 지역 기온과 강수량 등을 비교했다. 이와 함께 호박 속 개미 화석의 유전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개미가 과거 어떤 환경에서 서식했는지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약 6000만년 전 개미들은 숲에서 땅속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이 무렵 일부 식물이 나뭇잎의 기공을 통해 더 많은 수증기를 뿜어냈고 숲은 열대우림처럼 변했다. 환경이 습해지자 개미는 둥지를 지하에서 나무 위로 옮기며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게 된다.

속씨식물 중 일부가 숲에서 나와 건조한 지역으로 퍼지게 되자, 개미도 함께 서식지를 옮겼다. 식물 씨앗에 붙어있는 ‘엘라이오솜’ 때문이다. 젤리 형태의 엘라이오솜에는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개미의 주요 식량원이 된다. 개미는 엘라이오솜을 먹으려 식물을 따라가고, 식물은 이를 통해 더 멀리 씨앗을 퍼트리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식물 세계가 변화하면 다른 생명체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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